현대백화점이 지난 3월 14일에 자사 폰트인 "해피니스 산스"의 상표권을 등록했습니다.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 라는 그룹 미션을 담았다고 하네요. 타이틀, 볼드, 레귤러, 배리어블 등으로 구성되며 굵기와 형태를 세밀하게 조정하여 원하는 인상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배리어블 포맷으로 제작 배포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배리어블 폰트에 대해 설명을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배리어블 폰트(가변 서체)란 2016년도에 처음 소개된 기존의 폰트 저장방식에서 훨씬 진화된 방식으로 기존 폰트들은 파일 하나당 한가지의 스타일만을 담고 있었다면, 배리어블 폰트는 파일 하나당 다양한 스타일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폰트 파일 하나당 다양한 굵기의 폰트 스타일을 담을 수 있다는 뜻이며, 간단히 말해 Bold, Medium, Regular, Light와 같은 정형화된 굵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배리어블 폰트는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굵기와 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타이포그래피 작업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기와 도큐먼트에서 자동으로 환경에 맞는 값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움직이는 컬러 이모티콘 등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특정 값을 기준으로 작업을 해오던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경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그럼 이제 해피니스 폰트의 공식 웹사이트 소개부터 연결하여 폰트마케팅까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
폰트 자체가 다른 기업들의 폰트들과 달리 굉장히 튀거나 특징이 살아있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작은 디테일들로 어디서든 사용하기 좋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것이 아니라 현대백화점의 가치와 미션을 담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느낌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현대백화점의 슬로건처럼 행복하고 풍요로운 느낌이 잘 살려있는 것 같습니다. 한글 자음과 영문 활자마다 위로 솟구치는 듯한 과감한 상승 곡선을 첨가하여 서체 자체가 경쾌하고 힘 있는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폰트 굵기가 얇은 서체에서는 기본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두께가 두꺼워질 수록 폰트의 개성이 드러나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하기 쉬워보입니다. 또한, 숫자의 0, 1, 2, 7 과 같은 경우에는 다른 폰트들과는 달리 한가지 옵션이 아닌 대체 글리프 옵션들을 가지고 있어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폰트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안그라픽스의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제작되었으니 글꼴 제작과정이나 검수과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https://www.ag.co.kr/projects/happiness-sans
AG
www.ag.co.kr
: 더 현대적, 그리고 "더현대"적
해피니스 산스를 소개하는 웹사이트의 구성이 깔끔하고 눈에 띕니다. 원페이지 사이트로 간단히 구성하면서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을 꾹꾹 채워담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풀 페이지 레이아웃을 사용한 화려하고 강렬한 그래픽 GIF가 사이트의 첫 시작을 알리며 등장하는 모습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https://thehyundaifont.com/
해피니스 산스 Happiness Sans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폰트, 해피니스 산스
thehyundaifont.com
다음으로는 해피니스 산스의 간략한 소개가 이어지며, 폰트의 GIF 이미지를 통해 배리어블 폰트라는 장점을 또 한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해피니스 산스의 다양한 장점과 활용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명들마다 연결되어 있는 짧은 GIF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사이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설명이 끝이 나면, 해피니스 산스를 사용해볼 수 있는 짤막한 기능성 화면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문구와 메시지를 직접 써보고 굵기나 크기를 조절해가며 해피니스 산스를 맛볼 수 있으며, 예시로 적힌 문구 또한 현대백화점 "현대식품관 투홈"의 매거진 중 현대식품학 카테고리의 한 에세이 작품의 문장을 사용하여 간접적으로 현대백화점의 다양한 퍼포먼스 들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구경하기 좋고 짧은 소설과 감명깊은 에세이가 많이 있으니 참고해보세요!)
매거진>현대식품문학
--> --> 최신순 인기순 구독순
tohome.thehyundai.com
심지어는 해피니스 폰트와 최상단의 그래픽 이미지를 조합시켜 카드를 제작하고 그 이미지를 다운받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 요소까지 적절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픽 이미지마다의 기본적인 카드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내용을 수정하거나 변형시켜 다운도 가능하니 재미 요소라기엔 굉장히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네요. 잠깐 보고 스쳐지나가는 폰트 소개 사이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웹사이트로써의 활기를 돋구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폰트 사이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폰트 소개 영상이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이 해피니스 산스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인 듯합니다. 폰트 소개 영상이라는 특성에 맞지 않게 최신 트렌드가 많이 반영되어 영상미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현재 현대백화점에서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타겟층이 MZ세대라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라 짐작이 되네요. 실제로 더현대 서울 지점은 다른 현대백화점 지점들보다도 20~30대의 매출 비중이 두배 이상 높다는 2022년도 기사가 있기도 하다고 합니다. 폰트 사이트에서 보기 힘든 소개 영상을 만든 이유 역시, 현재 그들이 노리고 있는 해피니스 산스 사용 타겟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https://youtu.be/XGdVkLGayPo
: 현대백화점은 왜 폰트를 제작할까?
특히나, 무료로 폰트를 소비자들에게 배포하며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무료로 배포된 폰트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현대백화점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쌍방 간 신뢰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누리는 "폰트 마케팅"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의 로고, 광고물 등과 같은 직접적인 브랜딩 요서와 더불어 전용 폰트를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마케팅을 폰트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효과를 가져간 폰트마케팅 사례로 저는 지마켓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2018년도 지마켓에서 무료로 배포했던 "G마켓 산스"는 다양한 매체와 영상광고, 자료물에 사용되면서 한 때 전국의 시각 자료에서 사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디자이너뿐 아니라 모두가 G마켓 산스의 노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G마켓 산스를 사용하는 것이 올드하고 촌스러워보일 수준까지 되어버렸죠. 또한, 최근 들어서는 개인적으로 "창원단감아삭체"가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독성이 좋지 않고 폰트 스타일이 다양하지 않아 저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창원의 대표 특산물인 '단감'을 모티브로 하여 창원단감을 알리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이 폰트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고 두툼하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형태로 마케팅 광고의 시각 자료를 제작할 때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의 확장성을 키우고 브랜드에 대한 친근한 인식을 생성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로 여러 기업에서 꾸준히 무료 폰트를 제작/배포하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배달의 민족 - 글림체 (배달의 민족은 꾸준히 폰트를 제작하고 있죠.), 하나 금융 그룹 - 하나체, 곰표 - 곰표체 등의 기업과 제작된 자사 폰트들이 있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사이트
https://brunch.co.kr/@minjoohamyzgc/6
https://www.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10003
https://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494
https://brunch.co.kr/@writing-minju/97
https://designcompass.org/2023/03/07/hyundai-happiness-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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