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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_마케팅

이런식의 마케팅이 간접광고(PPL)나 협찬보다 효과적일 것 같은데?

by 32chaeyeon 2023. 2. 15.

간접광고란, 영화, TV 드라마, 뮤직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등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속에 기업의 제품을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것을 뜻하며 PPL이라고 불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간접광고는 자막을 통해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음을 고지해야 하고 노출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5%를 넘을 수 없지만 제품의 브랜드명을 명확히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사용됩니다. 간접광고 외에 협찬이라는 방식도 존재합니다. 광고주가 제작사의 프로그램 제작비를 협찬하는 대가로 자사의 제품을 방송에 노출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광고주들이 더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제품명을 노출하지 않더라도 요즘은 SNS나 블로그 등의 소셜 서비스들을 통해 제품을 쉽게 알릴 수 있어 효과가 높습니다. 한국은 협찬 방식의 광고로 인해 작은 브랜드 노출에도 예민하여 모든 소품과 브랜드들을 새로 제작하거나 모자이크 처리 때문에 밤을 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협찬보다 좋은 효과를 가지면서 조금 더 편한 방식의 광고는 또 없을까요?

 


: 한국 드라마의 과도한 간접광고의 결말

 

<녹취> KBS 가족끼리 왜 이래 : "저는 매운 거 못먹는데 달달한 맛 없어요? 그래? 여보 그럼 진리의 3번 세트, 그게 매운 맛이랑 달달한 맛이랑 같이 있거든."

<녹취> SBS 잘 키운 딸 하나 : "오, 죽이는데 살짝 대기만 해도 거품 바로 흡수. 순간 수분 흡수력 대박."

출처 : KBS NEWS(https://news.kbs.co.kr/)

 

한국 드라마의 한 장면들입니다. 드라마의 흐름과 맞지 않는 난데없는 간접광고의 난무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몇몇의 광고 제품들은 너무 많은 드라마에서 노출되다 보니 장면에서 어떠한 단어나 특정 대사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노출될 제품을 예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용 전개와 연결되는 간접광고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하고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러운 감상 경험을 제공하지만, 위와 같은 간접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광고업체에서 원했던 효과와는 반대로 되려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기도 하고 심하게는 거부감으로 인해 일부러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김효규 교수는 광고홍보학과 교수임에도 "프로그램 내용에 무관하게 혹은 지나친 광고주의 역량에 의해서 프로그램이 이끌려갈 수 있는 이런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죠. 그런 면에서 본다라고 하면 프로그램 제작하는 입장에서나 시청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침해를 당하는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라며 프로그램의 간접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요즘엔 꾸준한 OTT 서비스의 성장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간접광고입니다. 간접광고나 중간광고없이 오로지 컨텐츠만을 감상할 수 있는 OTT 서비스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 시장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퀄리티의 컨텐츠를 보면서 과한 간접광고까지 보지 않아도 되니 1석2조인 셈입니다. 심지어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컨텐츠가 OTT 서비스로 이동하는 일이 많아지고, 이것은 제작비로 인한 고충으로 어쩔 수 없이 과도한 간접광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드라마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이제 한국 드라마 시장은 점점 더 작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군요.

 

왼쪽 : 드라마 '도깨비'의 서브웨이 간접광고 / 오른쪽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가히 멀티밤 간접광고

 

[ 내용과 관련된 짤막한 이야기 ]
영국과 같은 외국의 경우, 협찬 방식없이 프로그램 내 길거리나 간판이 노출될 때의 브랜드명 노출의 규제가 강압적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나친 브랜드의 노출을 막고 있기는 하다만 프로그램 속의 브랜드 노출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프로그램 편집자, 책임자의 몫으로 맡긴다고 합니다.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진짜 신물을 보여주어도 되고, 제품의 로고를 가리기 위해 힘 쓰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은 프로그램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받고 광고를 한 듯한 흔적을 발견한 순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바로 제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여한다고 하네요.

 

 

 

 

: 간접광고 활용의 좋은 사례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것이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사용되었던 간접광고 방식입니다. 드라마 속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PPL로, 지금까지는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을 사용하여 획기적이고 기발한데다가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스며들어 광고임에도 시청자들에게 굉장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극 중 드라마 제작사에서 일하는 재훈은 PPL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감독 손범수에게 찾아갑니다. 드라마에 광고를 집어넣기가 난감하다는 감독의 말에 재훈은 연관성없이 생뚱맞게 들어가도 괜찮다며 '예시'를 들기 시작하는데, 해당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예시' 속에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며 안마의자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광고 노출이 15초' 라는 대사로 시간을 체크하기도 했습니다. 장면이 마무리되고 재훈이 감독에게 '넣어주시는 거죠?'라고 제안하자 감독은 '했잖아요.'라고 대답하며 극 중에서 재훈이 제시했던 '예시' 장면 자체가 바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PPL임을 암시했습니다. 재훈의 '엄청나다 우리'라는 마무리 대사는 이전 장면이 PPL이었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했습니다. 이처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PPL이라는 소재를 드라마 속에 완전히 녹일 수 있도록 정면승부를 보였고 시청자들 또한 해당 드라마의 스토리나 컨셉 상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재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이후로도 드라마의 스토리 상 특성을 살려 다양한 브랜드들을 시청자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녹여냈고 해당 드라마에 출연한 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홍보 및 매출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RKk1SGFhp0

 

 

 

 

: 이런식의 광고는 어떨까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2020년도 한때 이태원 열풍을 다시 일으켰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2021년도 기준 최고 시청률 16.5%라는 기록을 세우며 웹툰을 원작으로한 드라마 1위를 거머쥐었습니다. 이태원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와 '조이서', '최승권', '장근수' 등의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는 장소인 '단밤포차' 또한 굉장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연도별 방송 관련 사업자의 상표출원 건수는 2015년 194건에서 2016년 301건(55.1%), 2017년 445건(47.8%), 2018년 653건(46.7%)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2019년에는 647건(-0.9%)으로 일부 감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출원 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태원클라쓰의 '단밤포차' 역시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기 6개월 이전에 다양한 류를 지정해 상표 출원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가 종영한 후 유명해졌던 포차는 상표를 출원한 '단밤포차'가 아닌, 실제 이태원에서 운영 중이던 '꿀밤포차'였습니다. (원작인 웹툰의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포차라는 점도 큰 메리트로 작용한 것 같긴 합니다.) 상표까지 출원했음에도 어째서 완전히 다른 이름의 포차가 유명해지게 된 것일까요?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1449

 

 

한 논문에서 그 답을 조금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간접광고 중의 하나의 방식으로 제품 배치를 많이 이용하는데 의류 제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 연예인은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어 그 기업의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고 시청자에게 상표를 보여주는 조건으로 광고료를 받는데, 해당 기업과 경쟁사인 제품의 간접광고를 받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해당 방송의 제작진은 연예인들에게 특정 상표가 인쇄된 옷이나 제품을 노출하지 말하달라 요구하지만, 연예인들은 그 요구를 거부하며 심지어 출연 여부를 흥정대상으로 삼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진은 해당 방송에서 테이프 등으로 브랜드의 상표를 가린다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방송을 내보내게 되는데 테이프로 가린 상표도 모자이크 처리한 상표도 너무나 뻔히 유추할 수 있는 형태이기에 시청자들의 주목을 더 끌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납니다. 이로써 간접광고가 더 강하게 노출된다는 것이죠.

 

해당 가설에 대해 남서울 대학교의 광고홍보학과 유승엽이 연구한 논문 자료에 의하면 피실험자를 모집해 모자이크 처리된 상표를 노출시킨 후 인지 반응, 태도 반응, 흥미도, 주의도 등에 따라 분류한 결과, 인지 반응에서는 모자이크 처리의 유무보다는 어떤 상표(유명상표/무명상표)를 착용하는가의 여부가 더 영향을 미쳤고 그 중 유명 상표의 경우에는 피실험자의 태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나 흥미도의 경우, 모자이크 처리는 특정 상표에 대한 흥미를 기존보다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의도의 경우, 상표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가 해당 상표를 더 주목하게 하고 따라서 간접광고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 됩니다.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 속 상표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는 해당 상표의 간접광고 효과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역으로 간접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상표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는 상표 기억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상표를 그대로 그러내지 않고 간접적으로 노출할 경우, 더 높은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유승엽(2003), 상표에 대한 모자이크처리가 상표기억에 미치는 영향, 남서울대학교, 학사

 

 

이미지를 보시면 두 가지의 드라마에서 공통되게 사용한 소품 활용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소주의 제품 상표를 가리지 않고 다른 상표로 변경하여 노출한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의 네이밍으로 상표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실제 판매 중인 회사의 제품명을 조금 바꾸어서 노출시켰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토대로 보았을 때 간접적으로 해당 제품이 광고효과를 보았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주 제품에도 브랜드가 다양한데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한라산, 진로 등의 브랜드들 중 소주의 대표적인 색상으로 떠오르는 초록색 병을 사용했고 초록색 병을 사용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참이슬 브랜드를 변형하여 사용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참이슬이 국내 소주 브랜드 중 판매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소소한 마케팅들이 쌓여 그 명성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죠.

 

해당 드라마를 시청했던 시청자들은 아마 해당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간접 노출되며 본인도 모르게 참이슬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제작비를 지원받아 제작한 간접광고보다도, 브랜드를 드러내지 못하는 협찬보다도, 보여드린 이미지와 같이 브랜드의 노골적인 네이밍과 제품 효과를 드러내지 않고 드라마 속에서 제품 네이밍을 조금 변형해 노출한다면 자연스럽지만 훨씬 효과가 높은 광고 마케팅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된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처럼, 먼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아침 이슬'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이술로'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사이트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1449

https://www.advertising.co.kr/data/sem/20021012_koads_fall/1session-2.html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4729

https://m.khan.co.kr/culture/tv/article/201506222105205#c2b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069770

https://namu.wiki/w/%EA%B0%84%EC%A0%91%EA%B4%91%EA%B3%A0

https://m.khan.co.kr/culture/tv/article/20150622210520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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