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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_일상/전시 관람

[전시]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by 32chaeyeon 2021. 10. 21.

전시 카테고리 글의 두번째가 될 이번 게시물은 오프라인 전시회를 다녀와서 작성해보았습니다. 올해로 7회째 진행되고 있는 "타이포잔치 전시회"2001년부터 2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한 국제 전시회입니다. 한글의 우수한 조형성과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로써 서울역에 있는 "문화역 서울 284" 에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번 "타이포잔치2021"2021년 9월 14일(화)부터 10월 17일(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여 마지막 날인 17일에 관람하고 왔습니다~ㅎㅎ 요즘은 코로나라 무료전시임에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더군요ㅠ 아래 사이트를 확인하시면 아실 수 있다시피 여러가지의 다양한 작품들이 너무 많았기에 제가 재미있게 관람하고 느꼈던 작품들만 모아 소개해보겠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오프라인 전시웹사이트 링크 : http://typojanchi.org/2021/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문자와 생명

typojanchi.org


소개해드릴 타이포잔치2021 전시의 파트별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원과 기복
- 기도들
- 홈 스위트 홈
- 참 좋은 아침
2. 기록과 선언
- 말하는 그림
- 흔적들
- 생명도서관
3. 계시와 상상
4. 존재와 지속

- 여래신장, 삶/사랑

- 수명

- Make a Wish!

- 짐

 

 

 

 

 

01. 기원과 기복 - 기도들


예로부터 종교나 법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문자로 시각화해온 인간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작가들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크게 다름없이 이어지는 부적을 만들고 점을 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과 현상을 향한 두려움, 흉을 피하고 복을 비는 마음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들의 바람과 신념을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작가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은 신목(神木)에 매달린 오방색 댕기처럼 설치됩니다. 작가들은 "여러 문화의 문자와 상징으로 만든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바람을 발견해 함께 즐기고 기도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갖가지의 염원을 담은 조형물들은 모두 다른 기도들이지만 함께 모여있으니 그 중심의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들은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목(神木)을 표현하기 위한 종이로 엮은 링들이 그 느낌을 더하여 주니 커다란 신목(神木)이 더 웅장해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기도들" 작품 이미지

 

 

 

 

02. 기원과 기복 - 홈 스위트 홈


사람들은 장수, 건강, 부, 성공 등 누구나 바라는 다양한 욕망들이 투사된 사물들을 만들고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 안에 둔 채 함께 살아간다고 합니다. 한 쌍으로 이뤄진 원앙 조각, 손님을 부른다는 고양이 모습의 마네키네코, 가정에 평화를 가져오는 스웨덴의 달라 호스 등처럼 행복의 사물들은 대개 수명이 긴 동식물이나 상서롭다고 여겨지는 동물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작가는 평면의 시각적 즐거움을 다양한 오브제로 확장하여 전시했습니다. 행복의 사물을 재해석한 작품들로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을 조금 다른 온도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입체적이면서 평면의 느낌 또한 함께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래픽보다는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하여 설명을 읽고 어떤 동식물일지 고민해보거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좋았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홈 스위트 홈" 작품 이미지

 

 

 

 

 

03. 기원과 기복 - 참 좋은 아침


가족들이 휴대전화 대화창으로 주고받는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메시지들에 작가는 주목했습니다. 세상의 온갖 좋은 말들을 그러모은 텍스트와 고색창연한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이런 밈(meme)에는 가족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글꼴 디자이너와 사진작가가 각각 '안녕'을 기원하는 두 축이 되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용하여 그들이 받은 메시지에 대한 화답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품은 안녕의 인사가 오가는 실제 시공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절 아침의 차례상을 활용했습니다. 작가들은 "병풍 앞에 차려진 다정한 모습의 오래된 TV들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조롱거리처럼 여겨지는 특정 종류의 밈을, 또는 가족끼리 주고받는 뻔한 인사말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작은 TV 속 가족들의 서로를 향한 메시지들이 작가들만의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어 메시지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병풍처럼 만들어진 조형물에 새겨진 타이포그래픽은 주자의 10가지 후회 중 한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명절날 가족들끼리 모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처럼 느껴져 흥미로웠습니다. 그래픽적인 모습이 강한 메시지들의 대화를 파악하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참 좋은 아침" 작품 이미지

 

 

 

 

 

01. 기록과 선언 - 말하는 그림


책이나 포스터 등의 매체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주제에 따른 글이 완성되면 그림이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말하는 그림"에서는 그 순서를 바꿔 그림을 먼저 그리고 이를 글로 해석합니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이미지와 문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험하고 싶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들이 관심 갖는 동시대의 다양한 이슈들(인권, 젠더 이슈, 뉴 노멀, 범유행, 부동산 문제 등)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좋은 글과 목소리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해온 펜 유니온(김하나, 황선우)이 그림에 대한 글을 적어주었습니다. 작가들은 이 파트가 글은 명료하고 이성적이며 그림은 모호하고 감성적인 표현이라는 고정 관념을 뒤집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그림이 완성되고 나면 그에 맞는 글을 나중에 작성하는 작업 방식이 독특해서 눈길이 갔습니다. 저도 작품을 보는 방식을 바꾸어 감상해보았습니다. 여러가지의 이슈들을 소재로 했다는 그림들을 먼저 감상하고 해석해본 뒤 관련 글을 읽었습니다. 기존의 간행물들이나 책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전시 형태 또한,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글을 읽는 진행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말하는 그림" 작품 이미지

 

 

 

 

 

02. 기록과 선언 - 흔적들

 

작가는 자연의 관점에서 '문자'를 인간이 자연에 남기는 흔적이라고 보고, 전시의 큰 주제인 '문자와 생명'을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관계로 해석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변화시키고 남긴 흔적들은 인류세의 신생 문자로 읽힐 수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작가는 직접 이름 붙인 '뉴 락'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자연을 새로운 생태계로 바라보았고 그를 통해 이전에는 없던 변화된 자연물 '뉴 락'을 추적하고 채집해오고 있습니다. 이 파트의 작가의 채집과 기록은 새로운 문자를 발견하는 행위가 될 수 있고, 관람객들은 작가가 채집한 신생 문자가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미디어 컨텐츠들로 작가의 활동과 '뉴 락'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 '뉴 락'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작품마다 조그맣게 쓰여있는 작가의 설명들로 채집된 물체의 자세한 이야기를 추측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 상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자연물에 가까웠고 실제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처럼 보여 놀랐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자연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흔적들" 작품 이미지

 

 

 

 

 

03. 기록과 선언 - 생명 도서관

 

작가는 책을 생각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글자의 조직체로, 북 디자인은 여기에 생명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수 세기동안 북 디자인은 원칙을 우선시하며 책다움을 내세우기 위한 규칙을 조직하고 축적해왔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변이되어 생명을 확장하는 세포들처럼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난 시도로 책의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탄생시켰습니다. '생명 도서관'에서는 '변종 북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2015년 이후 한국에서 출간된 책 중 표지와 내지 영역에서 비관습적 북 디자인의 시도를 한 작품들을 수집하고 분류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존재하는 '최소한'의 규칙 및 정보에 대해 질문하고, 읽기와 보기의 경계에서 비스듬히 어긋나있는 책들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최소한'의 규칙 및 정보에 대해 생각하면서 작품들을 감상해보았습니다. 전시되어 있던 책들의 내지는 어떤 표현을 위해 사용한 방식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것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존의 책다움을 내세우기 위한 규칙에 적응했기 때문일지, 정말로 책을 읽을 때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한 방식들이 있었는지는 분명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히 느낍니다. 책의 표지 디자인은 전통적인 방식과 다르다 하더라도 책을 읽는 데에 많은 방해요소가 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북 디자인의 원칙들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의 시도를 기대해봅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생명 도서관" 작품 이미지

 

 

 

 

 

01. 존재와 지속 - 여래신장, 삶/사랑

 

이 파트에서는 두 가지의 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작품은 '여래신장'으로 근두운을 탄 손오공이 세상 끝까지 날아가지만, 결국 부처의 손바닥 안이었다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하나의 조각으로 우주라는 큰 그림을 이루여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우러지고 가려지는 이질적인 조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 염원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양 옆에 둘러싸고 있는 작품은 '삶/사랑'인데 라이트박스 6개를 활용하여 제목의 단어를 기호처럼 보일 수 있게 하였습니다. ‘I’ 위에 동그라미를 넣고 ‘O’로 읽게 해서 ‘LIVING’이라는 단어가 ‘LOVING’으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기호가 됩니다. 두가지의 단어가 섞인 이중 읽기는 기하학적으로 채색된 글자 사이에서 긴장감과 존재의 유쾌한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손으로 직접 그린 선들이 겹쳐 생긴 활력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암울한 분위기 속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밝게 퍼뜨리려고 합니다.

 

처음엔 같은 작품인줄 알았던 작품이 같은 공간 속 다른 작품이라는 것이 동일한 큰 주제를 가진 두 가지의 작품을 새롭게 보이게 한 것 같습니다. 가운데의 '여래신장'은 커다랗고 강한 것들 속에서 너무나 작은 우리를 생각해보며 아주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얻고 싶어했던 저의 안일함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의 이야기를 하나하나의 요소로 만들어 조화를 이루었다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 쪽에 보여지는 '삶/사랑' 작품은 한눈에는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들여다보면 어떤 문자를 기호로 표현하고 싶었는지 설명을 보지 않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의 단어가 하나의 라이트박스에 노출되며 박스의 두 단어를 인지하는 순간 기호가 된다는 설명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밝은 색감과 이리저리 그려진 선들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작품에 생동감을 주는 듯합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여래신장"과 "삶/사랑" 작품 이미지

 

 

 

 

 

02. 존재와 지속 - 수명


'수명'은 한국의 부적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장수를 뜻하는 열 가지의 상징물들을 사용하여 각각 다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인쇄된 색종이들을 여러 겹으로 겹쳐 만든 수행적 인쇄 설치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는 라틴 알파벳, 한자, 한글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한장마다 각각 다른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했습니다. 시간을 뜻하는 자연과 예술의 시각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전시 기간동안 한장씩 공개됩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타이포그래피와 삶의 관계를 탐구해보려 했다고 합니다.

 

저는 전시 마지막날에 관람을 해서 색감이 들어간 다양한 작업들을 보진 못했지만 작품의 크기가 굉장히 크다보니 웅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고 작성해주신 여러 블로그들을 통해 작품의 진행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첨부된 이미지 참조) 작품이 전시기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수명'이라는 제목과도 어울리면서 작가가 시간을 뜻하는 자연을 예술의 시각적 요소로 표현했다는 설명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시기간동안 꾸준히 감상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수명" 작품 이미지

 

하단 왼쪽 : https://m.blog.naver.com/jelly_dear/222526394220 / 하단 가운데 : https://whatitmeanstome.tistory.com/59 / 하단 오른쪽 :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designpress2016&logNo=222506882388&categoryNo=0&parentCategoryNo=0&viewDate=&currentPage=4&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List

 

 

 

03. 존재와 지속 - Make a Wish!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있음과 없음, 0과 1. 그 사이의 무수한 사념과 감정 속에서 욕망은 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끝없이 긴 이름,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부적, 한 권의 책 등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삶 한켠에 존재합니다. 작가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가장 원초적인 기원의 형태인 돌탑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가상의 공간에서 끝없이 쌓여가는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의 돌들이 늘어나는 스크롤의 길이만큼 그 욕망의 크기를 키워나갑니다. 참여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소원을 빌고 돌을 쌓는 순간, 이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여 전시장의 스크린에 업데이트합니다. 작가는 다채로운 욕망이 무한대로 쌓여 나가는 '디지털 돌탑'이자 '가상의 방명록'으로 변모하길 원했습니다.

 

이번 전시 중 가장 관람객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관람객이 사이트내에서 기원하고픈 내용을 입력하고 나면 작품에 바로 반영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또한, 3D로 작업된 돌탑의 돌 색상과 형태가 모두 제각각인 모습이 관람객들의 각기 다른 소망들을 모아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s://typojanchi-makeawish.com/

 

Make a Wish!

돌을 쌓아 소원을 이루세요.

typojanchi-makeawish.com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Make a Wish!" 작품 이미지

 

 

 

 

04. 존재와 지속 - 짐


“내 이름은 AN이야. 너의 이름은? 우수수 쏟아진 거인 AN의 짐들. 거울, 파이프, 알루미늄 호스, 안테나, 커다란 공, 재단된 나무들. 거인이 자신의 짐들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글 조각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소리를 갖고(음절), 음절은 곁의 음절과 관계를 맺으며 의미를 이룹니다. 관람객들은 전시관람을 위해 움직이며 거인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거인의 메시지를 발견했다면, 관람객은 한글이 형태, 읽는 방법, 소리, 의미를 배운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관람객이라면, 소재들을 보며 ‘거참, 무슨 관계란 걸까?’ 갸우뚱할 것입니다. 사람도, 동물도, 물건도, 형체가 없어도, ‘존재하는 것’은 그의 탄생과 발견의 순간에 이름을 갖습니다. 그렇게 관계는 태어나고, 약속을 통해 존재합니다.

 

거인이 자신의 짐들로 관람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스토리가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물건들을 그저 나열해놓은 듯 보였지만 여러 각도로 자세히 관찰했을 때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거인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탄생과 발견의 순간에 이름을 갖고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작가의 설명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한다면 거인의 메시지에서 조금 더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이포잔치2021" 공식 웹사이트의 "짐" 작품 이미지

 

존재와 지속 작품 중 "짐"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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