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디자인에 관련된 전시를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시대에 맞춰 배달의 민족에서는 온라인 전시를 주관하였는데요. 무료 전시이며, 장소에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형태의 전시로, 언제 어디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으며 9월 29일부터 10월 19일까지 3주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간단히 설명하고 각 파트에 대한 제 생각도 짤막하게 덧붙여 두었으니 먼저 전시를 관람하시고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저와 함께 나눠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럼 바로 확인해보세요~
: 배달의 민족, 도시와 글자를 만나는 온라인 展.
이번에 배달의 민족에서는 2019년도에 을지로의 간판 손글씨를 모티브로한 "을지로체"에서부터 시작한 "을지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형태로 코로나 시국을 대응한 온라인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온라인전시인 만큼 그저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는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단의 홍보영상을 참고하시면 전시를 보기 전에 전시의 형태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이해하기 더 쉬우실 것 같습니다.
을지로입구 99번출구 온라인 전시 링크 : https://www.euljiro-exit99.com/
: "배달서비스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요? 재밌잖아요."
- 을지로오래오래체 미리 써보기
배달의 민족은 "한나체", "주아체"에서 시작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오래전부터 매년 한글날에 맞춰 꾸준히 도시 속 일반적인 간판, 길거리, 안내판등의 글씨체들을 이용하여 온라인상에서도 사용 가능한 폰트들을 제작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2019년도부터는 "을지로"의 서체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그 프로젝트의 마지막인 "을지로오래오래체"를 미리 엿볼 수 있습니다. (서체 모티브 참고: 한나체, 주아체 - 옛날 간판 글자 / 도현체 - 아크릴판에 시트지를 잘라 만든 길거리 글자 / 연성체 - 가판대의 붓글씨 / 기랑해랑체 - 매직으로 쓴 화장실 안내판 글씨)
"을지로오래오래체"는 지금보다 더 먼 미래의 을지로의 역사를 반영하여 시간이 지나 낡아진 모습을 시각화하며 앞으로 이어져 갈 을지로의 "시간성"을 상징화하였다고 합니다. 웹폰트로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미래의 오랜 을지로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바래고 지워진 서체가 본연의 의미와 상징을 알맞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을지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서체로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서체를 쓸 때 나오는 마우스에 펜이 들려 있는 그래픽 디테일이 소소하면서 귀여웠던 것 같습니다.
- 손으로 걷는 을지로
이 파트에서는 을지로의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이어주는 길과 도시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스크롤을 할때마다 길이 아래로 이어지며 손가락 모양의 커서 그래픽이 걷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양 옆으로 나오는 문장들과 날짜가 변화하여 더 생동감있게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손가락 모양의 커서를 걷고 있는 모습의 그래픽으로 표현한 부분도 너무 재미있네요ㅎㅎㅎ 걷기를 마친 후에 뜨는 팝업의 문구도 "배달의 민족", "을지로" 라는 단어들에 걸맞게 친근하고 투박한 느낌입니다.
- 을지로 말풍선 던지기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꾸미거나 간직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입니다. 오프라인 전시의 기념스탬프와 같은 느낌이라고 하네요. "을지로오래오래체"를 사용한 한글자의 짧은 문구들을 스티커처럼 붙여 꾸밀 수 있습니다. 위에서 쳐다본 듯한 모양의 수도꼭지 그래픽을 돌리게 되면 글자가 새겨진 동그란 스티커가 물풍선에 물을 넣어 부풀리는 듯한 모션을 만들어냅니다. 수도꼭지를 얼마나 돌리느냐에 따라 스티커의 크기도 결정됩니다.
을지로는 무엇인가 "옛스러운", "레트로", "복고", "추억" 과 같은 단어들이 연상되곤 합니다. 그런 마음을 전시를 기록하고 기념할 수 있는 공간에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물풍선으로 표현한 부분이 그저그런 기념스탬프보다도 전시주제의 특징을 잘 살린 듯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을지로 디제잉
을지로에서 <우주만물>을 운영하는 ‘헬리콥터 레코즈’의 박다함, DJ SEESEA, 음악가 최태현과 함께 을지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재생되는 소리들을 수집하여 만든 공간이라고 합니다. 수집한 다양한 소리들은 자음과 모음에 각각 연결하여 관람객이 을지로체를 타이핑할 때마다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합니다.
을지로체와 을지로의 소리를 연결하여 각자만의 "을지로의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부분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을지로 디제잉"이라는 타이틀도 꽤 귀여운 것 같네요.
- 을지로 작가들
을지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예, 미디어아트, 패션 등의 25명 작가들을 섭외하여 그들의 작업과정을 모아 전한다고 합니다. 작가들의 시간과 일상, 작업에 대한 시선과 고민 들을 찬찬히 살펴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작가들의 작품이 아닌 작업과정을 전시한다는 점이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작품의 전체 작업 과정을 모두 기록하여 전시하는 것이기에 그 시간이 굉장히 길었는데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과정을 작가들이 직접 영상을 찍으며 자신의 작업 과정과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보완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보며 작가의 의도를 유추하거나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만든 사람의 설명을 듣는 것이 아무래도 정확한 작품 이해에 도움을 줄테니까요.
- 을지로 박물관
배달의 민족이 진행한 3년 동안의 "을지로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을지로를 누비며 찾아낸 영감들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한 공간이라고 하는데요.
사진들과 함께 관련된 간단한 생각을 배달의 민족다운 재미있는 코멘트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을지로를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래 "배달의민족 을지로입구 99번출구" 온라인 전시 프로세스를 간단하게 영상으로 보여드리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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