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YOSHIDA YUNI : Alchemy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한국 첫 개인전이 개최되었습니다. 신입 시절부터 현재 2023년도까지의 요시다 유니의 모든 비주얼 디렉팅 과정과 작품을 소개합니다. 2023년도 5월 24일부터 9월 24일까지 석파정 미술관에서 총 5개월간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많은 인기로 인해 11월 1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연장되었습니다. 미술관 티켓을 제시하면 근처에 있는 석파정도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저는 1차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던 9월 24일에 관람하였고 마지막 날에 가니 아트 상품들이 대부분 품절이라 아쉬웠네요ㅠ 이번에 연장된 2차 전시에서는 추가로 최초 공개되는 2023년 신작들과 더 많은 아트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신다면 방문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석파정 미술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독보적인 오래된 작품들과 화려한 신작까지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깊었던 전시였기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들을 추리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아래에서 천천히 소개해보겠습니다!
요시다 유니 개인 웹사이트 링크 : http://www.yuni-yoshida.com/
: 시간의 유한성을 뛰어넘는 영원의 순간
과일을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일을 쉽게 무르기 때문에 재료의 특성상 빠르게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생생하고 탄력있는 모습의 과일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피나는 노력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네요. 또한 요시다 유니는 작업물에 CG등의 후처리 작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작품들이 더욱 놀랍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과일 보석의 경우에는 스티로폼으로 우선 형태를 잡은 후 스티로폼을 조각마다 파내고 빈 공간에 과일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하네요. 몇가지의 다른 특성을 가진 과일들을 겹쳐진 것처럼 착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재미있으면서도 작업물에는 장난스러운 부분없이 정확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점을 보며 완벽하게 작품에 몰두하는 요시다 유니의 성격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전 [벌거벗은 용사]의 자켓 아트워크인 딸기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계산된 각도로 딸기의 단면이 잘려있지만 조금도 처음 딸기의 모습을 잃지 않은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딸기 꼭지 부분을 검의 손잡이로 표현한 것은 당연히 획기적이고요. 원하는 형태의 완벽한 딸기를 찾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 자연물을 사용한 친숙한 연금술
머리에 꽃모양을 찍어낸 작품의 경우에는 흩날리며 약간씩 꽃의 형태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고 싶어 스프레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너무나 완벽한 형태를 자랑하고 있지 않나요? 평범하게 우리 생활에서 보기 쉬운 자연물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평범한 물건들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현대판 마르셀 뒤샹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늘 보고 사용하는 물건과 자연을 사용하니 익숙한 듯 다른 오묘한 느낌을 전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처음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친근한 경험을 전달하는 모습이 하나의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예술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꽃을 활용한 작품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어느 것하나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같은 재료로도 완전히 다른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선호하는 재료가 다양한 것처럼 느껴지고 늘 예상되지 않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 착시를 활용한 아날로그 수작업의 정점
요시다 유니의 착시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요시다 유니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착시 작품이라는 점이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악세서리를 이용해 모델이 옷을 입은 듯 표현하고, 흘러내리는 커피의 형태를 넥타이처럼 표현하고, 악세서리와 옷의 형태를 이용해 커다란 보석을 만들어 냅니다. 주재료의 형태, 보조 재료의 형태, 선, 빛, 그림자, 색상, 카메라 앵글 등 뭐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모두 사용하여 한 작품에 최대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김밥 이미지의 작품의 경우엔 그림자를 김처럼 표현하여 완성했습니다. 김밥 속의 재료는 과일이나 책과 같은 물건을 사용했습니다. 작가는 항상 작업을 곁에 두고 일상생활 속에서 힌트를 얻는다고 말합니다. 언제나 작품에 몰두하고 일상에서도 작품 속 요소를 발견해내는 모습은 진정으로 작업과 하나되었다고 보아야 겠습니다. 꼭 이미지를 하나씩 클릭하여 큰 화면으로 확대한 상태로 글을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작은 요소 하나마다의 디테일이 자세히 오랫동안 보았을 때 훨씬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 철두철미한 기획 아래 구성된 작품들
요시다 유니의 이러한 작품들은 철저한 계획과 스토리보드 작업을 통해 탄생합니다. 전시에서 작품만큼이나 많은 양의 스케치와 습작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구상했는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 작품도 빠짐없이 계산되고 계획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작품만 보았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과정 속에서의 어려움이 보였습니다. 처음 구상을 시작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와 발전을 거듭하여 제작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작품의 과정을 살펴보니 요시다 유니의 인간적인 감성과 면모를 들여다보는 듯하여 더욱 친근함을 느끼며 전시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 2023 연작 <Playing Cards>
이번 2023년도 신작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입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트럼프 카드를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노출했는데요. 역시나 요시다 유니의 작품답게 과일, 인물, 자연물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사용하여 새로운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붉은 색상과 보라빛 색상으로 색을 구분하여 두가지 컨셉의 트럼프카드를 제작하였는데 어느것 하나 같은 형태나 비슷한 표현없이 다양하여 한장 한장마다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작은 부분에도 또 다른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하네요.
전시에서는 요시다 유니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변환하고 원물의 형태를 재조합하여 의미있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형시키는 장점들을 고대 연금술사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 전시 시작에서 연금술사라는 말을 접했을 때에는 쉽게 와닿지 않았지만 전시를 끝까지 관람하고 나신다면 분명 현대의 연금술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이야기가 직관적이고 뚜렷하여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즐길 수 있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지식, 나이, 성별, 환경 등 다양하게 다른 상황의 모두가 함께 같은 감상을 나누며 동일한 마음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