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길몸삶터 : 일상에서 누리는 널리 이로운 디자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
제가 참 좋아하는 전시관인 "문화역 서울 284"에 또 다시 방문했습니다ㅎㅎ "문화역 서울 284"는 제가 저번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타이포 잔치"라는 전시가 유명하긴 하지만 그외에도 다양한 전시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관람했던 전시는 "공공디자인페스티벌 2022"이었는데요, 공공디자인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저로써 눈도 마음도 즐겁게 봤던 것 같습니다. 10월 5일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10월 30일 일요일까지 진행했으며, 현재는 아쉽게도 종료되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제가 관심있고 흥미롭게 본 구역들과 그에 따른 소감들을 남겨두었으니 간접적으로나마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사이트도 첨부해두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단, 사이트의 내용이 전시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고 이미지나 영상 등이 없어 사이트만으로는 전시를 파악하긴 어렵습니다ㅠ)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 오프라인 전시웹사이트 링크 : https://publicdesign.kr/festival/exhibition/
소개해드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 전시의 파트별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길
- 두루두루시장
2. 몸
- 서로서로 놀이터
- 작은 생명을 위한 디자인
3. 삶
- 지구를 위한 더 나은 선택지
- 우리 이웃 : 얼굴들, 사람들
4. 터
- 가가호호 : 서비스입니다.
01. 길 - 두루두루 시장
전통시장을 모티브로 하여 지속 가능한 생산과 판매로 변화를 만들어 가는 28개의 기업을 전시장으로 초대해 "살아 숨쉬는 시장"을 연출하려 했다고 합니다. 관람객들은 생산자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주체적 소비로 기업 활동에 동참하는 일이 어떻게 우리 일상을 바꾸는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장 가운데 반복 상영되는 영상 작품 또한, 판매자와 소비자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시장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아 숨쉬는 시장' 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작품에서 소개되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들 하나하나가 모두 판매자와 소비자 서로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직접 느끼고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건 간식 브랜드, 재활용플라스틱 소품 브랜드, 발달장애인들로 이루어진 베이커리 브랜드, 시니어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브랜드 등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발달장애인들로 이루어진 베이커리 브랜드였던 '베어베터'의 경우, 발달장애인분들의 각자 특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팀을 구성하여 브랜드를 운영하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발달장애인분들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따라 팀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지 못했었거든요..)
01. 몸 - 서로서로 놀이터
작가는 놀이터를 아이들이 가족이라는 사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나 "나", "너", "우리"라는 개념과 그 사이의 역학을 배우고 타인과 처음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공간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서로의 균형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놀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시소처럼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의 미덕과 공공성의 의미를 자각하는 점을 주의깊게 관찰합니다. 서로 함께해야만 작동할 수 있는 놀이기구들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의 다양성을 몸으로 체험하는 전시 작품입니다. "공공"이라는 단어에 쓰인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공디자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편견없는 아이들의 눈으로 새로이 바라볼 수 있는 시야 확장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작품 속의 단 한가지 기구도 혼자서 작동시킬 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의 주제와 맞게 공공성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또한, 놀이터라는 공간을 처음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장소로 본 점이 좋았습니다. 전시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은 어린이들이나 딱딱한 전시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체험형 전시로 공공디자인 전시의 첫 시작을 잘 열어주었던 것 같고 공공성에 대한 정적인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준 것 같았습니다.
02. 몸 - 작은 생명을 위한 디자인
2022년도 한국에서 꿀벌은 사라졌고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온 이 작은 곤충의 실종은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류의 식량 생산과 자연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벌이나 나비와 같은 꽃가루 매개자들이 점점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는 먼 곳이 아닌 내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작품은 자연과 생태에 관한 우리의 작은 행동이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 올바른 개입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빗물을 설탕물로 바꿔주는 종이꽃 만들기 프로젝트로 삶의 터를 잃어버린 도시 곤충을 위한 긴급 구호를 제안하고 농약과 살충제에 위협받는 작은 생명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합니다.
벌과 나비와 같은 곤충들의 생태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생태계 보존은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현실적이었습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그대로 보존하되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것 같아 솔직해보였습니다. 자연과 생태계에 인간의 개입이 어느정도까지 필요할 것인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한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01. 삶 - 지구를 위한 더 나은 선택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입지 유통 회사이자 지난 40년 동안 세계 주요 제지사들의 다양한 종이를 국내에 소개해온 (주)두성종이 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친환경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과거(retrospective)’, ‘현재(view)’, ‘미래(vision)’로 나눈 이 작품에서는 1990년대부터 친환경 용지를 발굴해 국내에 소개해온 이야기,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으리 선순환 과리를 만드는 친환경 종이의 특징, 종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를 재사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종이 제작물을 더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지 방식, 재사용과 재활용을 넘어 종이라는 소재가 가진 확장 가능성 등 친환경 종이가 어떻게 지구를 위한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종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친환경 용지 발굴, 환경 오염을 줄이는 종이 생산 등 여러가지의 작품이 차례로 소개되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종이들을 재사용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종이라는 소재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자투리 종이들을 가공하고 결합하여 만든 타일은 현 시대에 사용성으로 보나 이익성으로 보나 익히 완벽한 작품이라고 과언하지 않을 수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로 만들어진 의자는 그 형태와 구조가 종이의 확장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02. 삶 - 우리 이웃 : 얼굴들, 사람들
작가는 공공이란 "함께"에서 출발하며, 함께 하는 삶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는 일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애니메이터가 선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가 마주하고 관찰해온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한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이웃의 모습을 캐릭터화하여 보여주어 낯선 인물들을 다정한 이웃들로 재인식하게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이웃의 이야기는 나와 주변을 다시금 연결짓고 타자를 "우리"라는 범주 안에 머무를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작가가 내린 함께하는 삶에 대한 정의가 좋았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특히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점도 좋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 점이 더 오래 남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친근하게 캐릭터화하고 정사각형의 머리 몸 다리로 나누어진 조형물은 좌우 방향으로 움직여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이웃의 모습들을 더욱 많은 경우의 수로 다양하게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01. 터 - 가가호호 : 서비스입니다.
집이라는 물리적 주거 공간을 매개로 우리 삶의 양태에서 발견한 공공성을 소개합니다. 사적 공간으로서 집이 가진 특성에 주목하여 오늘날의 보편적 주거 양식이 디자인의 공공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집이라는 최소의 주거 단위가 모여 골목, 마을, 도시, 국가, 지구로 확장하며, 만드는 공적 관계망에 디자인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의 영역을 탐구합니다. 작가는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에 붙어있는 발코니에 주목했습니다.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출공간으로서 가장 사적이면서도 가장 공적인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2005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주거 공간은 완충공간이 사라진 극단적인 사적 공간이 되었습니다.)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동주택 발코니를 재조명하며 발코니를 통한 주거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구가 모여사는 공동주택을 주제로 하며, 공동주택의 튀어나온 발코니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한다고 생각한 점이 독특했습니다. 정원, 마켓, 농장, 놀이터, 나눔의 공간 등의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화된 작품은 딱딱하고 삭막하던 기존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이웃들와의 조화가 생기있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이웃들과의 소통도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보기 드문 같은 주택건물, 나아가 공동 주택 전체의 이웃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그리운 마음에 더 끌리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